회고록: 2026년 1월
2026년 첫번째달의 회고록입니다. 새로운 도전을 위해 꿈틀거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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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from Michael Held - Unsplash
철학에 빠져들다 #
새해를 맞아 무려 이 동네에 이사온지 6년만에 집앞에 있는 공립 도서관에 등록했다. 매일 출근하는길, 운동가는길, 심지어 그냥 의미없이 걷는길에도 마주치던 곳인데 한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에 놀랐다.
회원 가입을 하고 들어가보니 세상에 이렇게 작은 도서관이 있을까 싶다. 이름도 대놓고 ‘작은도서관’이다. 신상코너에 가보니 재미있어 보이는 책들이 많았다.
요즘 서점에 가면 책을 고르기도 전에 진이 빠진다. 자연스럽게 베스트셀러 코너로 이동하고, 요즘 사람들이 가장 많이 읽는 장르가 어떤건지 쳐다보다보면 ‘나는 아직도 이런 부분에 관심도 적고 무지하구나’하는 생각에 괜히 지쳐버린다. 그렇다고 다양한 책을 쳐다보자니 너무 많은 책 종류에 괜히 힘들어진다. 그래서 베스트셀러 앞에서 한 5분정도 서있다가 서점을 한바퀴 뺑 돌고는 나오기 일수였다.
그래서일까. 작은 도서관에 꽂혀있는 적은 책들을 보니 마음이 편했다. 모두가 집중하고 궁금해하고 광고인지 헷갈릴 정도로 칭찬만 가득한 베스트셀러들을 보다가 ‘이런 책도 있었어?‘싶은 책들을 보니 오히려 더 궁금해졌다. 이 도서관에는 유독 자기개발보다 철학 책이 많았다. 그래서 한권씩 가져와서 읽었는데 벌써 4권째 읽는 중이다.
자기개발은 세상이 성공했다 말하는 누군가의 생각을 정리해서 나에게 자랑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책을 읽으면서 자연스럽게 ‘그래서 저자 너는 얼마나 잘살고 있는데?’ 하는 반항심도 생기기도 하고, ‘결국 돈 많이 벌고 좋은 직장 가져서 성공해야한다는거네?‘하는 허탈함도 생긴다.
그런데 철학은 참 오묘하다. 그냥 내 마음의 소리를 어떻게하면 잘 들을 수 있는지 초점이 맞춰진다. 내가 행복해지려면, 그리고 반대로 남들처럼 살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말해준다. 수백년동안 전세계 수많은 철학자들도 결국 한명의 인간이었고, 그들도 나처럼 동일한 고민들을 하고있었구나 하는 위안도 생긴다. 특히 자기개발책을 굉장히 좋아하고 많이 읽었던 내가 생각하기에 ‘결국 클래식은 철학책이었다’싶은 생각도 든다.
올해 읽었던, 그리고 열심히 읽고있는 책들이다. 요즘엔 철학과 심리학만 읽고있다.
- 쓸모 있는 사고를 위한 최소한의 철학 : 철학의 문을 여는 생각의 단어들
- 아주 세속적인 철학 : 오늘의 문제를 해결하는 2000년 전 지혜
- 나는 왜 생각만 하고 그대로일까 : 실패의 굴레에서 벗어나 실행을 만드는 무의식 사용법
- 잡는 법과 놓는 법 : 의존하거나 회피하고 싶은 내 마음을 이해하는 성격심리학
- 뇌를 위한 침묵 수업 : 소란한 세상에서 나를 지키는 침묵의 뇌과학
공유오피스 환불 #
10월부터 열심히 다니던 공유오피스를 환불했다. 공유오피스 자체는 너무 좋았고 나도 가끔 밖에 나가서 일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라고 생각했지만, 집과 가까운 지점이 2025년 12월 31일부로 영업을 정지하면서 오히려 ‘일이 잘 안될때 빨리 가는 용도’가 사라져버렸다.
그러다보니 애매하게 점심을 먹고 나가기도 뭐하고, 그렇다고 밖에 나가서 점심을 사먹기도 뭐한 탓에 몇일간 가지도 못하고 회원권 기간만 낭비되고 있었다. 나중에 고백하겠지만, 최근 우리 집에 큰 변화도 있을 예정이라 앞으로 자주 다니지 못할거라 생각하고 바로 취소해버렸다.
오히려 날씨가 추워서 그런가, 집에서 일하는것도 너무 익숙해져버려서 전혀 불편함이 없다. 집 근처에 굉장히 일하기 좋은 카페가 하나 있는데, 차라리 일주일에 1-2번 거길 가는게 돈과 시간이 더 절약될 것 같다고 생각했다.
AI 더 많이 사용해보기 #
2026년 들어서 나는 개발자라는 이름에 무색하게 AI에게 더 많이 의존하고 있다. 수많은 매체에서는 AI를 만든 개발자가 AI로 가장 먼저 대체될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로도 신입 채용이 줄어들고, 대부분의 업무들이 AI로 더 쉽게 가능해지는것을 보면서 이러한 현상이 피부로 실감이 난다. 이젠 구글이나 네이버보다 챗지피티와 제미나이로 질문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진다. 내 아내는 궁금한것이 생기면 바로 AI에게 물어본다. 심지어 오늘의 운세까지도.
오히려 좋게 생각하면, 지금 나의 상황은 이런 흐름에 자연스럽게 몸을 맡기는 것 같다. 회사에 속해있지만 거의 1인 개발자와 같고, 백엔드만 할줄 아는 사람이라고 광고하고 다니던 내가 프론트엔드도 자연스럽게 확인할 수 있어야 하는 그런 상황에 AI는 솔직히 구세주같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몸소 코딩을 하기보다 설계를 더 많이하는 시니어 개발자의 모습이 되어간다. 코딩은 AI가 하는거고, 나는 그 코딩을 위해 더 좋은 품질의 가이드를 제공해야 한다. 한참 지시하다보면 이전 내용을 잊어버리고 하지말라는 행동과 딴소리를 해대는 AI를 보면 정말 사람같다. 지금보다 더 연차가 적었을때, ‘빨리 개발하고 완료해야하는데 WBS는 왜 작성하고 설계 문서에만 몇주를 소비하는거야?‘라고 생각했던 스스로를 반성한다. 시간이 오래 걸리더라도, 제대로 된 설계 하나가 수많은 효율을 가져온다는 것을 느낀다.
심지어 이런 설계조차조, AI에게 굉장히 많이 위임한다. 개인적으로 나는 비효율적이고 귀찮은 일을 굉장히 싫어하고 자주 미루는 편이었는데, 이런 소소한 일들을 AI에게 위임하다보니 업무의 효율이 늘어나는 것을 실감한다. 하지만 바이브코딩이라는 이름으로 딸깍하면 만들어져요식의 개발은 하지 않는다. 실제로 AI에게 모든걸 위임하고 맡기는 순간, 내 의도와 다른 프로그램이 나오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개발자는 없을 것이다. 분명 요거 하나만 고치면 되는데, 굳이 다 헤집어놔서 정상적으로 돌아가던 곳도 장애를 만드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잘 설계하고, 잘 감시하고, 잘 지시하는 그런 역할을 사람이 수행해야 한다. 결국 AI가 원하는게 아닌, 사람이 원하는 것을 AI를 통해 만드는것 아닌가.
그래서 지금 회사에서 만들고 있는 프로그램에도 AI 에이전트를 입혀서 좀더 사람과 소통할 수 있는 똑똑한 여행 플래너를 만들고 있다. 프레임워크를 잘 다루는 사람이 인정받는 시대는 이제 과거가 될 것이다. AI를 잘 다루고, AI 에이전트를 위한 SDK를 잘 다루는 사람이되어야 앞으로 더 많은 프로그램을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과는 다른 방향성 #
올해를 시작하면서 ‘남들이 정답이라 외치는 길을 기준으로 잡지 않기로 다짐’했다. 매일 변화하는 속도가 이렇게 빠른데, 그 길이 계속 정답일지 의심이 들었다. 차라리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걸 할때 행복한지, 그리고 내가 무엇을 잘하는지 찾아보기로 했다. 사실 돈에 대한 집착을 내려놓는 순간 위의 방향성을 잡기위한 여정을 시작하는건 생각보다 쉬웠다. 다만 이 집착을 포기하는게 아닌, 우선순위를 가장 나중으로 미뤄두었을 뿐이다.
그렇다면 지금 나는 행복한가? 불안함은 늘 갖고있지만, 적어도 행복하다. 그리고 아직 공개하지 않았지만 다음달에는 더 많이 행복하고 신나는 일들이 생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