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고록:10월
추석
10월에는 한국 고유의 명절 추석이 있었다. 올해 추석은 휴일을 포함해서 약 10일간 쉴 수 있는 시간이었는데, 마침 아내가 직장에서 대기발령을 하라는 요청을 받아서 부득이(?)하게 명절내내 본가에 내려가지 않았다.
사실 나는 ‘명절때 조부모댁에 가지 않고 집에 머무르는 것’을 엄청나게 하고싶어했다. 우리 집에서는 상상도 못할 일이었고, 내 기억에 고3 수험생 시절과 피치못한 사정이 아니고서는 항상 추석에는 조부모댁에 갔었다. 심지어 기억나는 ‘피치못할 사정’에는 해외에 있는 바람에 가지 못한 경우 뿐이었던 것 같다.
아내는, 사실 본인의 의지와 전혀 관련없는 대기발령이었지만, 나에게 굉장히 미안해했다. 혼자서라도 본가에 다녀오고싶으면 그렇게 하라고 했지만, 나는 단칼에 거절했다. 37년을 살면서 처음으로 아무런 문제 없이 추석에 집에만 있을 수 있는 시간인데, 부모님께는 조금 죄송하지만 정말 행복했다.
다행이 아내가 출근하는 상황은 아니었기 때문에, 원래는 날씨 좋은날에 등산도 가고 맛있는것도 먹으러 가려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하늘의 장난인지, 이번 추석에는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날씨가 좋은적이 없었다. 덕분에 집에서 내내 쉬게 되었고, 이 때문에 절대 손을 대서는 안될 녀석을 시작하고야 말았다.
고스트 오브 요테이
10월 2일. 내가 생각하기엔 매우 계획적인 날짜인 추석의 시작일에, 플레이스테이션 게임이 발매되었다. 꽤 많은 사람들이 역작이라고 표현하였고, 최근에 재미있게 보던 유투버가 이 게임을 리뷰하는것(영상)을 보게 되면서 ‘추석에 딱히 할것도 없는데 게임이나 해볼까?’ 하는 정말 발칙한 생각을 하게 되었다.
참고로 이 유튜버의 영상을 재미있게 보고나서, 좋은 핸드폰이 필요없다고 아이폰 13 미니의 배터리를 교체하려던 아내가 17 프로를 구매해버렸다.
원래 이번 추석에는 책과 강의를 열심히 들으면서 나의 실력을 마음껏 향상시키는 상상을 하고 있었는데, 연휴에 마냥 재미없게 보내는것도 잘못된 생각인것만 같아 거금을 주고 게임을 구매했다. 사람들이 여주 얼굴이 못생겨서 게임하기 싫다고하는데, 나는 그냥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한다.
길게 말할 필요 없이, 약 4-5일가량을 하루에 7시간 가까이 게임에 빠져버렸다. 심지어 이 게임은 본 스토리만 있는게 아니라 주변에 발생하는 여러 서브스토리들이 많은데, 추석 연휴기간동안 본편 스토리를 포함해서 대략 60%에 달하는 이야기를 완주해버렸다.
현재는 대략 61시간의 게임 플레이와 85%의 트로피를 완료했다. 더이상은 하면 안될것 같다.
공유 오피스
그래서였을까, 10월 중순이 넘어가면서 문득 이번달에 내가 뭘 했는지 도저히 생각이 나지 않았다. 아내에게 진지하게 고민을 털어놓으니, 우선 추석 연휴가 길어서 실제로 일한 시간이 적어서고, 두번째는 계속 재택을 하다보니 점점 집에서 일이 잘되는 시간보다 무기력하게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것 같다고 했다.
사실 재택을 하게되면 ‘내가 집중할 수 있는 시간을 최대한으로 사용할 수 있다’는 엄청난 장점이 있다. 물론 출퇴근에 낭비되는 시간과 체력도 없고, 그로인해 받는 스트레스도 현저히 적다. 하지만 이 장점 이면에는 내가 그만큼 집중하는 시간을 만들어서 효율적으로 사용해야 한다는 압박도 있다.
이러면 안된다는 생각에 이것저것 알아보다가 파이브스팟에서 운영하는 무제한 공유오피스 입장권을 구매했다. 이걸 사용하면 전국에 약 250개 가까이 되는 제휴 카페, 공유오피스, 그리고 패스트파이브에서 운영하는 파이브스팟 오피스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다. 나는 집에서 대략 차로 10분정도 걸리는 고척점과 그나마 가까운 영등포점, 여의도점을 주로 이용하고 있다. 확실히 카페에서 하는것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쾌적하다. 그리고 모두가 집중하고 있는 공간에서 같이 집중하다보니 일의 효율도 훨씬 높아졌다. 매달 들어가는 돈이 대략 15만원정도 되는데, 이 돈을 아까워하는 것보다 15만원어치의 효율과 더 많은 기회를 찾아보라는 아내의 현명한 대답이 기억난다. 역시 현명한 아내는 남편을 성장하게 한다.
참고로 추천인 코드를 입력하면 가입 시 할인받을 수 있다: S1VCY4